무고죄 고소, 정말 어려울까요?
1. 무고죄의 불송치비율 현황
2023년 경찰이 발표한 범죄통계를 살펴보면, 무고죄는 전체 입건된 5,549건 중 4,572건이 불송치되어 불송치비율이 82.39%에 달합니다. 이는 주요 범죄 중 가장 높은 불송치비율로, 일반인들이 "무고죄 고소가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이 통계적으로도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요 범죄의 불송치비율을 비교해보면:
전체범죄의 불송치 비율은 총 1,375,214건 중 347,727 건으로 25.29%,
살인은 30.00% , 절도는 11.54%, 도로교통법(음주운전)은 1.83%, 강간은 42.91%, 강제추행은 25.76%, 사기, 33.07%, 사문서위조 55.66%, 배임 73.15%, 무고 82.39%입니다.
이러한 통계로도 무고죄가 실제로 고소 성공률이 매우 낮은 범죄임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높은 불송치비율의 원인 분석
가. 범죄 특성에 따른 불송치비율 차이
불송치비율은 범죄의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음주운전과 같이 현장에서 즉시 적발되는 범죄는 불송치비율이 1.83%로 매우 낮습니다. 반면, 법리적으로 복잡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사기(33.06%), 사문서위조(55.66%), 배임(73.14%) 등은 불송치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의외로 강간죄는 불송치 비율이 42.9%로 꽤 높죠? 강간죄는 원치 않는 성관계가 있다고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요건에 맞아야 성립하는 범죄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반대로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경우에는 동의를 받았더라도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요건이 단순하거든요. 그러니까 불송치 비율이 723건 중에 72건으 로 10%정도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강제추행의 경우에는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를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지 않고 불법적인 유형력의 행사만 있으면 성립한다고 보기 때문에 불송치비율이 25.7%로 내려오는 것입니다. 이처럼 범죄 요건이 단순한지 복잡한지는 불송치 비율에 있어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반대로 음주운전 같은 경우는 불송치율이 1.83%에 불과하죠? 이건 법리적으로 단순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수사기관이 범죄를 직접 검거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어 음주단속을 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은 사람을 직접 검거하는 경우에 불송치가 나올 만한 이유는 별로 없겠죠. 반대로 음주운전이라 하더라도 음주단속을 아예 안 해서 다음날 동료나 주변사람들의 신고를 받고 수사를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빠져나갈 여지가 많이 있을 테니 불송치비율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처럼 어떤 방식으로 수사기관이 범죄를 알게 되었는지도 불송치비율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나. 무고죄의 특수성
무고죄는 법리적으로 그렇게 복잡한 범죄는 아닙니다. 형법 제156조에 따르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고 내용인지 허위사실인지 아닌지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것이 없습니다.
그러면 왜 불송치비율이 높게 나타나느냐. 이건 무고죄의 고의를 엄격하게 인정하는 법원과 수사기관의 태도로 때문입니다.
다. 무고죄의 고의 입증 문제
무고죄에서의 고의는 반드시 확정적 고의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지만, 실무에서는 신고자가 허위라고 확신한 사실을 신고했거나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3413 판결)
사실 피해자가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허위로 고소했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죠. 고소한 당사자 본인 밖에는 알 수 없는 얘기거든요. 그렇지만 사기죄 같은 경우에는 여러 주변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편취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면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는 반면, 무고죄 같은 경우에는 정말 객관적으로 무고의 고의가 확인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고의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거나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에도, 피해자가 “저는 정말 몰랐는데요. 저는 정말 범죄라고 생각하고 고소한 건데요.” 이렇게 주장하면 무고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 고소가 무혐의 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을 받으면 자동으로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무고죄는 고소인이 허위신고나 허위 고소를 했다는 적극적인 증거가 있을 때만 성립합니다. 무고의 고의 때문인 것입니다.
3. 성범죄 관련 무고죄의 특수성
성범죄와 관련된 무고죄는 특히 더 복잡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성범죄는 대부분 밀실에서 발생하여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피해자의 진술에 크게 의존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허위로 고소를 하더라도 진술만 가지고 유죄가 성립하는 것이 가능하죠. 게다가 성범죄는 합의금 시세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만큼 무고의 위험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무고죄의 법적 의미와 개선 필요성
가. 무고죄의 중요성
무고죄는 국가의 형사사법권 또는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입니다. 무고는 국가 사법 권력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득을 추구하거나 개인적 보복 감정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사법적 불신을 조장하고 공권력의 적정한 행사를 심각하게 저해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무고죄는 국가 사법 권력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득을 추구하거나 개인적 보복 감정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이로써 사법적 불신을 조장하고 공권력의 적정한 행사를 심각하게 저해하게 되는바, 중대한 범죄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
무고죄의 고의를 엄격히 인정하는 현행 실무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82.39%라는 높은 불송치비율은 무고죄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와 관련된 허위 고소는 피무고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고죄로 처벌받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고죄를 걱정하지 않고 허위 고소를 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이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고죄 형량 강화나 이런 것들보다 무고죄에서의 고의를 어떻게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가장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강제추행 당했다고 생각해서 고소를 했다, 이 말만으로 무고죄의 고의가 쉽게 부정되는 실무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성범죄 허위고소를 잡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무고죄의 고의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허위 고소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수사기관이 고소 사건을 처리할 때 무고 혐의에 대한 판단을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무고 혐의자의 진술만을 믿을 것이 아니라 주변 정황을 충분히 수사하여 객관적인 정황을 가지고 무고죄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시키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5. 결론
2023년 범죄통계를 통해 살펴본 결과, 무고죄는 82.39%라는 매우 높은 불송치비율을 보이고 있어 일반인들이 "무고죄 고소가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사실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무고죄의 고의를 엄격히 인정하는 현행 실무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무고죄는 국가의 형사사법권을 보호하고 개인이 부당하게 형사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높은 불송치비율로 인해 무고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 허위 고소를 통한 사법 시스템의 남용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무고죄의 고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고, 허위 고소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사법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가의 형사사법권이 적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